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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노년의 삶은 단순하고 조용한 것이라고 여깁니다.
하루 몇 시간 무료센터에 나가 그림을 그리거나, 기초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치 ‘이상적인 노후’처럼 묘사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시니어들이 원하는 삶일까요?
우리는 자주 노인들에게 관대하게 말합니다. ‘연세도 많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으니 그 정도면 됐다’고요. 하지만 그 말 안에는 기대치가 낮다는 전제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의 시니어 세대는 과거 고도의 성취를 이뤄낸 세대입니다.
그들은 젊은 시절 경제를 이끌었고, 충분한 교육을 받았으며, 예술과 스포츠를 즐기고 향유했습니다.
그런 세대에게 왜 지금은 단조롭고 기능 위주의 활동만을 권하고 있는 걸까요?

70년대 미대생

노인들이 단순한 취미나 무료 복지센터에 의존하는 현실은 결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화적으로, 정책적으로 충분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과도기적 현상입니다.
그 결과, 시니어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은 제한적이며, 노후의 삶은 축소된 ‘생존형 활동’에 머무르게 되는 것입니다.

기대감이 낮기 때문에 관대해지는 문화

“이 나이에 뭘 더 하겠어”라는 말은 사회가 무심코 만들어낸 프레임입니다.

노인센터에서 종이접기 하는 교육

시니어에 대한 기대가 낮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해도 그저 ‘존재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무얼 배워보겠다는 게 성취감도 낮고, 곧 심드렁해지죠.
하지만 그 기대는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지, 개인의 능력과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지금의 시니어들은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삶의 경험과 성취를 가진 지적이고 창의적인 존재입니다. 충분히 교육받고 누리고, 성취한 사람들입니다. 

무료센터는 시작일 , 목적지가 되어선 된다

그리고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진짜 자유가 허락된 인생의 시기입니다. 물론 무료센터와 같은 복지 기반의 활동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합니다.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성과 심리적 장벽을 낮춰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시니어들이 이상으로 확장하지 못한 , 무료센터만을 노년의 유일한 사회활동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그림 그리기 교실에서 연필 드로잉만 반복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현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 중 상당수는 수채화나 유화, 혹은 디지털 아트에 도전해보고 싶어 합니다.
피아노 교실에서도 단순한 체조나 박자 맞추기를 넘어, ‘나만의 연주곡을 무대에서 발표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 열망을 길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무리하지 마세요’, ‘ 정도면 훌륭하세요라는 말로 도전을 멈추게 하죠.

노인들에게 기대감을 낮추는 말

무료센터가 제공하는 활동은 ‘입문’에는 적합하지만, ‘성장’과 ‘성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노년의 삶에도 목표와 성취가 있어야 한다는 관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시니어도 나를 위해 투자할 권리가 있다

많은 시니어들이 스스로를 위해 돈을 쓰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곤 합니다.
이 나이에 뭘’, ‘자식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소비를 망설이게 하죠.
그러나 지금의 소비는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자존감과 정신 건강을 지키는 적극적인 투자입니다.

수채화 강좌에 수강료를 내고, 개인 피아노 레슨을 받는 일, 전문 전시회를 준비하는 일은 과거의 커리어와 다를 바 없는 ‘창조적 노동’입니다.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성취하며, 활력을 얻습니다.
이는 건강을 지키는 비용이자, 정신을 유지하는 자양분입니다.

 

젊은 세대는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헬스장, 요가, 온라인 클래스, 취미 구독 등 자기계발을 위해 아낌없이 씁니다.
그렇다면 시니어는 왜 무료 센터를 이용해서 소일거리정도의 취미생활을 목표로 할까요. 

 

생활에 쓰고 남는 여유자금이 아닌, 손자 손녀들에게 반찬값, 식사값 정도에 해당하는 비용을 나에게 쓰면 어떨까요

 

오히려 더 나이가 들수록, 시간과 자원이 허락되는 만큼 자신을 위해 투자해야 시기입니다.
지금에서가 되서야 생긴 시간, 이제 언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혼자인 , 결핍이 아니라 자유입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혼자 있는 노인은 외롭다’는 관념입니다.
물론 관계의 단절은 고통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항상 ‘결핍’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일부러 혼자 시간을 보내며, 이를 통해 창의력과 몰입의 시간을 누립니다.

우리 시니어들은 디지털 세상이 아닌 아날로그 세상에서 살았기에, 사회생활, 단체 활동에 익숙하고, 그 무리에서 벗어났을 때 고립되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수입을 얻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고, 필요한 소통은 인터넷으로 합니다
시대상 혼자라는 상활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만큼, 혼자라는 이유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이제는 삶을 내가 디자인할 시간이라고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피아노를 연주할 때 사람들과 말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관계보다도 더 충만한 자기 연결 방식입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술대학을 졸업한 70대가 개인전을 열고, 첼로를 배워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역 문화재단과 연계해 연주회를 여는 시니어 그룹도 늘고 있으며, 유튜브로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노인 아티스트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아주 작지만, 사회 전체의 인식을 바꾸는 첫걸음이 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곧 초고령화 사회를 살아갈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적 기반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날은 길고, 그래서 가치 있게 채워야 합니다

 

고령화 사회는 이제 단순한 사회적 과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는 시대적 도전입니다.
지금의 시니어는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다시 자기 인생을 설계할 있는 능동적인 주체입니다.
무료센터의 한계를 넘어서, 이제는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시간입니다.

나를 위한 투자를 주저하지 마세요.
그것이 피아노든, 수채화든, 글쓰기든...
내 삶을 내가 창조해내는 일은 어떤 나이에서든 가능하고,
그것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가장 창조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입니다. 

지금이 바로, 인생 후반전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품격 있게, 나답게, 스스로를 위해.


오늘 글은 올해 80이 된 저희 아버지가 펜 화를 그려보고 싶다고 하셔서 생각하게 된 내용입니다. 아버지의 그런 계획에 저는 걱정이 되었죠. 아마도 어떤 센터든 방문하신다면 배우나 마나, 하나 마나 한 쉽고, 성취도 낮은 그림을 교육받으시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은 성인 미술학원도 비싸지 않은데 우리네 노인들은 무료 센터만을 이용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비단 경제적인 한계 때문이 아니라, 무료센터가 아니라면 커뮤니티도 없고, 노인들은 어느 사설 교육기관도 이용하지 않으니 더욱 고립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많이 배우고, 높은 수준을 성취하고 싶으실 거에요. 지금은 초고령시대를 미쳐 대비 못한 과도기에서 하는 고민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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